세계가 초고층 목조빌딩 경쟁을 하는 이유(1)
- 날짜 25-06-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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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ssian Central, 시드니 (호주) 호주 시드니에 건설 중인 하이브리드 목조 오피스 빌딩. 42층·183m로 세계 최고 수준의 hybrid timber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출처=BVN, SHoP Architects, Architecture AU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목조건축은 단층 주택이나 전원주택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나무로 하늘을 짓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초고층 목조건축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며, 미국·유럽·아시아를 중심으로 ‘목조 하이퍼빌딩(hyperbuilding)’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는 왜 지금, 앞다투어 초고층 목조빌딩을 짓고 있는가? 그 이유를 기술, 환경, 정책, 산업, 도시 전략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본다.
1. 기술이 열어준 가능성 – 나무는 더 이상 약하지 않다
전통적인 목조건축은 화재와 구조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고층 건축에서 배제되어 왔다. 하지만 CLT(Cross Laminated Timber)와 Glulam(구조용 집성재)의 개발은 이 한계를 뛰어넘었다. CLT는 나무를 직교 방향으로 겹쳐 압착한 대형 패널로, 수직과 수평 하중 모두에 강한 내구성을 갖는다. Glulam은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휘어짐을 제어할 수 있어 구조재로 각광받는다.
2022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들어선 ‘Ascent’ 빌딩은 25층, 높이 86.6m로 세계 최고층 목조빌딩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닌, 철근콘크리트를 대체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구조 해법이 실현되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대형 목재 부재는 3시간 이상의 내화 성능을 확보해 기존 규제 장벽도 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화는 이제 "목조건축도 고층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넘어, "왜 굳이 콘크리트를 써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2. 환경과 기후변화 – 탄소를 줄이는 도시의 방식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39%는 건설과 건물 운영에서 발생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콘크리트 생산과 철강 제조과정에서 나오며,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분류된다.
반면 목재는 유일하게 탄소를 저장하는 건축 자재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건축재로 사용된 후에도 오랜 기간 그 탄소를 고정한다. 이를 '탄소 저장소로서의 건축물'이라고 부른다.
미국 농림부(USDA)는 초고층 목조건축물 하나가 약 7,000톤 이상의 CO₂를 저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승용차 1,500대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치다.
결국 세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도시화와 경제를 지속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으며, 초고층 목조건축은 그 중심에 서 있다.
3. 정책과 제도의 변화 – 각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
이러한 흐름은 단지 기업과 설계사무소의 노력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규제 완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은 2021년부터 연방 차원의 'Tall Wood Building Program'을 통해 대형 목조건축 프로젝트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화재 및 구조 시험을 거친 사례에 한해 코드 완화 적용을 허용했다.
일본은 목재 이용촉진법 개정을 통해 공공건축물에 목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350m 높이의 W350 프로젝트는 산림청과 스미토모 임업의 협력으로 진행 중이다.
EU 국가들은 건축에서의 탄소배출 총량 규제 도입을 준비 중이며, 프랑스는 2025년부터 공공건축의 50% 이상을 목재 등 지속가능 자재로 지을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환경은 목조건축을 단순한 건축 기술이 아닌 국가 전략 산업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Ascent, Milwaukee (미국)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빌딩 'Ascent' (86.6m, 25층). USDA 산림청의 내화 성능 시험 지원 아래 mass timber 기술로 완공되었습니다. 출처=USDA Forest Service

Mjøstårnet, Brumunddal (노르웨이) 노르웨이 브룸운달에 위치한 Mjøstårnet. 18층·85.4m로 2019년 당시 세계 최고층 목조건물로 기록되었습니다 . 출처=CTBUH, Architectural Digest, New Yorker

W350 Project, 도쿄 (일본) 스미토모 임업이 제안한 W350 Project. 2024년 착공 예정이며, 70층·350m의 ‘나무 슈퍼타워’입니다. 출처=Sumitomo Forestry, Nikken Sekkei